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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피로·무기력증... 의외로 낮은 '이 수치'가 원인일 수도


중성지방(triglyceride)은 음식으로 섭취한 열량 가운데 쓰고 남은 몫을 몸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원이다. 건강검진에서는 대개 이 수치가 높은지를 살피지만, 반대로 기준보다 지나치게 낮게 나오는 사람도 있다. 중성지방이 50mg/dL 아래로 떨어지면 몸이 꺼내 쓸 예비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그 결과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이 나타나고, 추위를 심하게 타거나 면역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낮은 중성지방은 원인을 찾아 관리하면 대개 회복된다. 중성지방이 몸에서 하는 일과 수치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원인, 일상에서의 관리법을 내분비내과 김병준 교수(가천대 길병원)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에너지 저장부터 체온 유지·장기 보호까지
중성지방은 몸이 필요로 할 때 꺼내 쓰는 예비 에너지원이다. 음식으로 섭취한 열량 가운데 활동으로 소모하고 남은 몫이 중성지방 형태로 저장됐다가, 탄수화물이 바닥나면 분해돼 각 기관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역할은 에너지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피부 아래와 장기 주변에 쌓인 중성지방은 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체온을 유지하고, 외부 충격이 장기에 직접 전해지지 않도록 완화한다. 비타민 A·D·E·K처럼 기름에 녹는 지용성 영양소의 흡수를 돕는 것도 중성지방의 몫이다. 김병준 교수는 "중성지방은 낮출수록 좋은 나쁜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 고갈됐을 때 분해돼 각 기관에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에너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수치가 50mg/dL 아래로 지나치게 낮아지면 꺼내 쓸 예비 에너지가 부족해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이 나타난다. 지방층이 얇아져 추위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타고, 영양소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피부가 거칠어지기도 한다. 김 교수는 수치를 낮추는 데만 매달리기보다 50~150mg/dL 수준으로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콜레스테롤 정상인데 중성지방만 낮다면... 섭취·흡수·대사부터 점검
콜레스테롤은 정상인데 중성지방만 유독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고 있는지, 섭취한 영양을 소모하는 대사 과정에 이상은 없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영양 섭취 부족이다. 극단적인 저탄수화물·저지방 식이를 하거나 식사량 자체가 너무 적으면 몸에 저장할 중성지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두 번째는 흡수 장애다. 식사를 제대로 해도 위장 질환 등으로 지방 성분이 몸 안으로 흡수되지 못하면 수치가 낮아진다.

세 번째는 중성지방을 과도하게 소모하는 대사 이상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되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hyperthyroidism)이 있으면 에너지 소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중성지방이 미처 쌓이기 전에 열을 내는 데 쓰인다.

이 밖에 만성 염증이나 간 기능 저하로 간에서 지방을 만들고 운반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도 수치가 떨어진다. 김병준 교수는 "평소 식습관과 체중 변화를 먼저 파악한 뒤, 필요에 따라 갑상선 기능 검사와 위장관 질환 검사로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기저질환 없어도 과한 운동·영양제·과로가 수치 낮춘다
갑상선 기능을 비롯한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중성지방이 계속 낮게 나오기도 한다.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과도한 운동과 영양제 오남용, 만성 과로가 지질 대사의 균형을 깨뜨려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회복 능력을 넘어서는 운동은 저장된 중성지방을 계속 분해해 에너지로 쓰기 때문에 수치를 낮춘다. 혈액순환을 위해 먹는 고용량 오메가-3나 지방 분해를 돕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간에서 지방을 만드는 과정은 억제되고 분해만 촉진돼 수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휴식 없는 과로와 만성 스트레스도 원인이다. 코르티솔(cortisol)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면서 중성지방을 소모하고, 장기적으로는 호르몬 분비 기능 자체가 저하될 수 있다.

김병준 교수는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중성지방이 계속 낮다면 몸이 중성지방을 지나치게 소모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운동량을 조절하고 영양제를 점검하며 충분히 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년째 이어진 하락세, 좋은 변화일 수도 경고일 수도
한두 차례가 아니라 수년에 걸쳐 중성지방이 꾸준히 낮아진다면, 몸의 에너지 균형과 대사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같은 하락이라도 원인에 따라 해석은 갈린다. 수년 동안 운동량을 늘리고 식단을 건강하게 바꿔 온 결과라면, 지방 대사가 효율적으로 개선된 것이므로 수치가 다소 낮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긍정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반면 특별한 노력이나 이유 없이 수치가 계속 낮아진다면 영양분을 저장하는 대사에 만성적인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이 경우 나이가 들며 근육량과 기초대사량이 줄었는지, 소화·흡수 기능이 모르는 사이 떨어졌는지,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지질을 만들고 쓰는 대사 자체가 약해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김병준 교수는 "수년간 이어지는 하락세라면 체중 변화나 기운이 없는 증상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며, 수치가 너무 낮아지기 전에 영양 섭취가 충분한지 점검하고 정기 검진으로 대사 건강을 추적 관찰할 것을 당부했다.

단순당·기름진 음식은 역효과... 복합 탄수화물과 양질의 지방으로
중성지방을 빨리 올리겠다고 과자나 음료 같은 단순당과 기름진 음식을 급하게 늘리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정제 탄수화물과 질 낮은 지방은 중성지방을 건강하게 높이기보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부르고, 지방간이나 혈관 염증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김병준 교수는 이런 방식을 "중성지방을 빨리 높이려다 대사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기저질환 없이 중성지방이 낮아 피로를 느낀다면 '건강한 탄수화물'과 '양질의 지방'을 챙기는 것이 좋다. 정제된 밀가루 대신 현미와 귀리, 통밀 같은 복합 탄수화물을 끼니마다 규칙적으로 보충하면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면서 중성지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살코기와 닭고기, 생선, 두부 같은 양질의 단백질과 견과류, 아보카도, 올리브유처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지방을 곁들이면 좋다. 과도한 고강도 유산소 운동은 잠시 줄이고 가벼운 산책이나 근력 운동으로 바꿔 에너지 과소비를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성지방은 낮을수록 좋은 지방이 아니라 적정 수준을 지켜야 하는 에너지원이다. 수치가 기준보다 낮다면 잘못된 식습관이나 과도한 운동, 과로, 숨은 질환은 없는지부터 살피는 것이 순서다. 관리의 방향은 억지로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있지 않고, 대사의 균형을 되찾는 데 있다. 복합 탄수화물과 양질의 단백질·지방을 규칙적으로 챙기고, 운동량을 조절하며, 몸을 충분히 쉬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김 교수는 "7시간 이상 양질의 수면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면 몸이 스스로 지질 대사의 균형을 회복해, 중성지방도 정상 범위로 돌아오고 만성 피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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